『라스트 듀얼 : 마지막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2021년 10월 20일 발행 | 무선 | 344쪽 | 132*204mm

16,500원| ISBN 979-11-91164-49-7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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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보다 더 기이하다!”

철저한 고증에 기반한 진짜 중세 누아르

중세 문학 연구자가 노르망디와 파리를 샅샅이 누비며 모은

자료를 기반으로 재현한 14세기 말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카루주-르그리 사건

스캔들, 범죄, 진실에 관한 매혹적인 추리극이자

흥미진진한 역사 소설

20세기 스튜디오 제작 동명의 영화화

중세에 관한 책을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단연 에릭 재거의 이 책을 꼽을 것이다!”

_스티브 오즈망

역대급 스릴러 영화의 모든 특징을 갖춘 멋진 페이지 터너

_올랜도 센티넬

서스펜스와 살육이 가득한 이 이야기는

독자들을 덫에 걸리게 하고 긴장감에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욕망이 흘러넘치는, 촘촘히 짜인 정치적 시퀀스는

이 유명한 역사적 사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_커커스 리뷰

역사 및 시대물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할 강렬한 소설이 번역 출간되었다. 14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악명 높은 사건 ‘카루주-르그리 결투’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두 남자의 사적인 악연과 집념이 결집된 “모든 결투를 끝내기 위한 결투”에 관한 화려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경제적으로 쇠락한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자원한 전쟁에서 패배하고 막 돌아온 기사 카루주, 그에게 주어진 것은 무한한 영광도, 편안한 쉼도 아니었다. 아름다운 아내가 옛 친구이자 세상을 떠난 아들의 대부 르그리에게 육욕에서 비롯된 폭력적인 행위에 희생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게 과연 진실일까? 명예를 위해 펼쳐지는 치열한 재판.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야 할 또 하나의 결투가 그를 맞이한다. 이 결투는 인류 역사의 ‘최후의 결투’가 될 것이다.

만약 이 결투 재판에서 그녀의 챔피언이 적수를 죽여 승리를 거둔다면

그녀는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가 죽임을 당해서 결투에 진다면,

그녀는 위증을 하고 거짓 서약을 한 죄로 산 채로 화형에 처해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군중들이 모인 가운데 불과 물이 만나 서로의 죽음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챔피언’(결투의 대리인)이 결투에서 패배한다면 화형이라는 끔찍한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는 한 여자가 있다.

소설 『라스트 듀얼』은 한 강간 의혹 사건을 두고 중세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일반적인 재판 대신 합법한 ‘결투 재판(14세기 말까지 중세 프랑스에서 지속된 법제도)’을 통해 정의를 추구하고자 했던 한 실제 사건에 중점을 둔 이야기다. 무려 10년 동안 이 역사적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 역사가가 스릴러적 요소를 결합해 재탄생시킨 매력적인 이 역사 소설은 지도 및 도판과 인용을 비롯한 풍부한 사료와 간결한 문장으로 이뤄져 대단한 몰입도를 뽐낸다.

14세기를 대표하는 악명 높은 사건, ‘카루주-르그리 결투’

두 남자의 사적인 악연과 집념을 통해 바라보는 야만의 시대

그리고 그 시대를 꿰뚫는 한 여인의 불타는 용기

『라스트 듀얼』은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참혹한 백년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암울한 시기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적군에게 땅을 약탈당하고 광기가 프랑스 궁정을 휩쓸고 있었으며, 대대적인 분열로 교회가 무너지고, 무슬림 군대가 그리스도교 국가를 위협하고 있었다. 또한 반란과 배신, 전염병은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운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1386년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몰려들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한 두 사람은 바로 스코틀랜드에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기사 장 드 카루주와 신흥 대지주 가문 출신 자크 르그리이다.

14세기 중반 노르망디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인 장 드 카루주와 신흥 귀족 자크 르그리는 정식 기사가 되기 이전 시절부터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카루주는 르그리에게 자신의 장남의 대부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을 정도로 그를 믿고 신뢰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군인 알랑송 백작 피에르가 그들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백작이 카루주가 새 아내 마르그리트의 지참금으로 받을 풍족한 영지를 가로채 르그리에게 하사한 것이다. 마르그리트는 국왕을 배신한 대역죄인 가문 출신으로 명성은 잃었지만 몹시 부유하고 젊고 아름다웠다.

카루주는 재혼을 통해 부는 얻었지만 처의 가문이 가진 악명으로 인해 신분 상승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프랑스 밖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요량으로 잉글랜드 정복을 목표로 한 프랑스-스코틀랜드 연합 군대에 자원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 전쟁에서 완전히 패하고, 카루주는 비참한 꼴로 돌아온다. 겨우 살아 돌아온 집에서 마르그리트가 르그리에게 잔인하게 강간당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듣는다.

아내의 말을 듣고 분개한 카루주는 프랑스의 최고 재판장인 왕 찰스 6세에게 이 사건을 판결해줄 것을 요청하며 결투 재판을 신청한다. 르그리는 강력하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마르그리트가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간에서는 카루주가 오랫동안 르그리가 가진 부와 성공을 질투하여 여기저기에 모함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고, 남녀가 모두 절정을 느껴야 임신이 된다는 사상이 퍼져 있던 이 시대에 마르그리트가 오랜 난임 끝에 임신했다는 사실마저 밝혀지자, 사람들은 뱃속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에 대해서도 의심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완벽하게 무장한 카루주와 르그리는 일반 군중들은 물론이고 왕과 왕국의 귀족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서 목숨을 건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된다. 만약 카르주가 결투에서 진다면 마그리트는 거짓 증언을 했다는 혐의로 산 채로 불에 태워질 운명이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생드니 연대기』 , 디드로의 『백과전서』 등 여러 저술에서 이 사건은 마르그리트의 착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고발이며, 뒤늦은 자백이 뒤따랐다고 서술되어 있다. 많은 연대기 작가와 역사가들이 이 저술에 근거해 위 사건을 르그리의 무고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세 문학 연구자인 저자 에릭 재거는 직접 노르망디와 파리를 다니며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러한 비판 의식과 사료 연구가 결여된 학계에 반론을 제시한다. 철저한 조사 끝에 엄밀하게 취한 정보들을 인용하여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드라마를 들려주는 이 책은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벌어진 스캔들, 범죄, 복수에 관한 매혹적인 추리극이자, 한 용기 있는 여성의 왜곡된 삶을 바로잡는 역사 소설이다.

지적이면서도 긴박한 이 이야기는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함께 각색하여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화했다.

■ 추천의 글

“작가 에릭 재거는 자기 분야를 완전히 숙지하고 있으며, 독자들은 『라스트 듀얼』을 통해 중세의 갑주와 무기, 패션과 관습, 법 제도와 성적인 통념, 궁정 정치와 종교 등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얻게 된다. 작가의 능수능란한 글솜씨는 등장인물들이 자아내는 거미줄 같은 모략의 그물에 독자들을 금세 얽어매고, 거의 막판에 다다를 때까지 놓아주지를 않는다. 재거는 섹스와 야만성과 고도의 정치적 모략에 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이 유명한 역사적 사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_〈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

“『라스트 듀얼』은 진정한 서스펜스로 점철된 아주 잘 쓰인 이야기다.”

_〈더 스펙테이터The Spectator

“강렬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서사와 깜짝 놀랄만한 통찰력의 탁월한 조합.”

_〈선데이 타임스Sunday Times

“일반 독자들과 역사학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

_〈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라스트 듀얼』은 21세기의 유명인사를 둘러싼 그 어떤 스캔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고 몰입도가 높은 이야기다.”

_〈북리스트Booklist

“『라스트 듀얼』은 워낙 흥미진진해서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신빙성 있는 사료에 입각한 실화이며, 열정과 잔혹함과 불완전한 법이 통치하는 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_노먼 캔터(『중세 발명하기』 『흑사병의 궤적』의 저자)

“만약 당신이 중세에 관한 책을 단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에릭 재거의 스릴러 『라스트 듀얼』을 읽을 것을 주저 없이 추천한다.”

_스티븐 오즈먼트(『강대한 요새』 『시장의 딸』의 저자)

“에릭 재거는 역사 기록을 극히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치명적인 결투에 이르게 되는 두 사내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라스트 듀얼』은 한 시대가 종언을 맞이할 무렵에 벌어진, 봉건귀족들과 궁정 기사들이라는 두 세계 사이의 결투를 그리고 있다. 이 흥미로운 작품에서 결국 누가 진정한 승자였는지를 판단하는 사람은 바로 독자들이며, 재거의 탁월함은 바로 이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_마거릿 F. 로젠탈(『정직한 창부』의 저자)

“『라스트 듀얼』은 중세 말기의 화려한 파노라마이며,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그 세계를 잘 알고, 거기서 살다가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역사 스릴러이다. 작가인 재거는 바바라 터크먼의 『희미한 겨울, 비운의 14세기』의 살아 있는 박식함과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서스펜스와 드라마를 결합함으로써, 이토록 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인간의 본성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현실은 이따금 소설보다 더 기이하며 경이롭다는 사실을 다시금 곱씹게 해 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창조했다.”

_R. 하워드 블로크(어거스터스 R. 스트리트 석좌 교수, 예일 대학 불문학과)

■ 저자 소개

에릭 재거ERIC JAGER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교(UCLA)의 영문과 교수.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주요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해 온 학자로, 중세 문학에 등장하는 심장의 이미지에 관한 연구서인 『심장의 책』과 『왕가의 피: 중세 파리의 범죄와 수사 실화』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아내인 페그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다.

 

옮긴이 김상훈

SF 및 환상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 필명은 강수백이다. ‘그리폰북스’ ‘경계소설’ ‘SF총서’ ‘필립 K. 딕 걸작선’ ‘미래의 문학’ 『조지 R. R. 마틴 걸작선』을 기획하고 번역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숨』,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그렉 이건의 『쿼런틴』,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 『헤밍웨이 위조사건』,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 이언 뱅크스의 『말벌공장』, 새뮤얼 딜레이니의 『바벨-17』, 콜린 윌슨의 『정신 기생체』,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 3부작 등이 있다.

■ 차례

저자의 말

프롤로그

 

제1부

  1. 카르주
  2. 불화
  3. 전투와 공성전
  4. 최악의 범죄
  5. 결투 신청
  6. 심문

 

제2부

  1. 신의 심판
  2. 선서와 마지막 대화
  3. 사투
  4. 수도원과 십자군 원정

 

에필로그

부록: 결투의 여파

 

감사의 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 발췌

1836년, 크리스마스에서 며칠 지난 날의 추운 아침, 두 명의 기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결투를 구경하기 위해 몇천 명이나 되는 군중이 파리의 한 수도원 뒤쪽에 있는 넓은 공터를 가득 채웠다. 장방형 결투장은 높은 나무 울타리로 에워싸여 있었고, 그 주위를 창으로 무장한 위병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열여덟 살의 프랑스 국왕 샤를 6세는 결투장 한쪽에 설치된 호화로운 관람대에서 신하들과 함께 앉아 있었고, 결투장 주위에는 엄청난 수의 구경꾼들이 운집해 있었다.

전신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허리에 장검과 단검을 찬 두 기사는 결투장 좌우 끄트머리에 하나씩 있는 육중한 출입문 바로 앞에 거치된 왕좌를 닮은 의자에 앉은 채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출입문 옆에서는 각자의 종자들이 흥분해서 말굽을 구르는 군마의 고삐를 잡고 대기 중이었고, 결투를 할 기사들이 방금 선서를 마친 곳에서는 사제들이 제단과 십자가를 황급히 치우고 있었다. _11쪽

흥분한 군중의 시선은 두 용맹스러운 기사와 화려하게 치장한 신하들을 거느린 젊은 왕뿐만 아니라, 한 여성을 향해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은 상복을 두르고, 역시 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검은 천으로 뒤덮인 높다란 처형대에 홀로 앉아 결투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군중의 시선을 느끼며, 곧 시작될 시련에 대비해서 마음을 굳게 다지려고 노력하며 그녀는 평평하게 다져진 넓은 결투장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의 운명이 피로 각인될 장소를.

만약 이 결투 재판에서 그녀의 챔피언이 적수를 죽여 승리를 거둔다면 그녀는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가 죽임을 당해서 결투에 진다면, 그녀는 거짓 선서를 한 죄로 자기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_12쪽

장 드 카루주는 가차 없고 야심적이며 무자비하기까지 한 사내였고, 목적 달성을 방해받는 경우는 쉽게 격앙했으며, 한번 원한을 품으면 오랫동안 잊지 않았다. _29쪽

자크 르그리는 거구의 굴강한 사내였고, 강인한 완력과 강철 같은 악력의 소유자로 이름이 높았다. _39쪽

르그리는 결혼해서 여러 아들을 낳았다. 그런 그가 툭하면 외간 여자에게 지분거리는 버릇이 있는 호색한이었으며 (중세의 종기사나 성직자에게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피에르 백작이 정부들과 벌이는 난잡한 연회에도 곧잘 참가했음을 시사하는 기록도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_39쪽

자크 르그리와 장 드 카루주는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아왔고, 피에르 백작의 봉신이 되었을 무렵에는 깊은 우정과 신뢰로 맺어진 사이였다. 카루주는 아내인 잔이 아들을 낳자 자크에게 아들의 대부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것은 중세에서는, 특히 귀족 사회에서는 크나큰 명예로 간주되었다. 대부는 실질적으로 가족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갓난아기의 무방비한 영혼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기에 행해지던 유아세례에서 자크는 갓난아기를 안고 침례반 앞에 섰다. 사제가 성수에 카루주의 아기를 담그자 르그리는 악마로부터 아기를 지키고, 향후 7년 동안 이 아기를 “물과, 불과, 말발굽과, 사냥개의 이빨”로부터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_39쪽

이 재회의 배경에 무엇이 있었던 간에, 다음 순간에는 그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살갑게 르그리를 포옹한 장 드 카루주가 아내인 마르그리트를 돌아보더니 화해와 우정의 표시로 르그리에게 입을 맞추라고 명했던 것이다. 축연을 위해 보석으로 치장하고 흐르는 듯한 길고 우아한 가운을 입은 마르그리트는 앞으로 걸어 나가 자크 르그리에게 인사를 건넨 후 당시 관습대로 그와 입을 맞췄다. 현존하는 기록에 의하면 먼저 입을 맞춘 사람은 틀림없이 마르그리트였다. _68쪽

강간을 둘러싼 정황은 증인이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강간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극히 힘들었다. 특히 중세 프랑스의 경우,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가 높든 낮든 간에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남성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피해 여성은 범인을 고소할 수조차 없었다. 따라서 강간 피해자는 그 사실을 밝혀 보았자 얻는 것은 수치와 불명예밖에는 없다는 범인들의 협박에 굴복해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간 사실을 공개하면 본인이나 가족의 평판이 땅에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강간은 이론상으로는 중한 처벌을 받는 중죄였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처벌을 받지도 않고, 고소당하지도 않고, 보고조차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_115쪽

마르그리트는 고백을 마친 후 남편의 명예를 위해서 복수를 해 달라고 간청했다. 마르그리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남편의 명예와 명성이 유지되든 실추되든 간에, 앞으로는 자신도 남편과 무조건 같은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에 의해 이미 부부가 되었지만, 지금부터는 그보다 훨씬 더 긴밀한 운명 공동체가 되어 바깥세상에 대처해야 했다. 봉건법에서 이런 범죄를 고발할 경우, 남편의 지원과 변호가 없으면 아내인 자신에게는 아무런 법적 권리도 없다는 사실을 마르그리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_120쪽

국왕에게 직접 항소하기 위해 파리에 도착한 카루주는 대담하며 지극히 이례적인 제안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_132쪽

르그리는 자신이 마르그리트를 강간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고, 이 터무니없는 고발의 원인 제공자로 마르그리트의 남편인 카루주를 지목했다. _175쪽

이번 소송은 “정말로 엄청나고 힘들고 위험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데다가, 카루주는 르그리를 고소함으써 자기 자신의 “영혼과 육체와 부와 명예”를 통째로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있기 때문이다. _181쪽

의뢰인인 르그리에게 불리한 사항 중 하나로 르코크는 “카루주의 처가 실제로 그런 범죄 행위가 일어났다는 주장을 단 한 번도 꺾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전면적인 부인과 알리바이와 온갖 종류의 반론에 직면하면서도, 마르그리트가 내놓은 증언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변호사인 그조차도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큰 감명을 받은 듯하다. _192쪽

이번 결투와는 개인적으로 아무 관계도 없는 관중들은 딱히 어느 쪽 편을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날 시합장으로 결투를 보려고 온 단순한 구경꾼들에게 이번 결투는 최근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이벤트였고, 화려한 행사와 노골적인 폭력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더 띄워 줄 재미있는 구경거리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물론 그중 일부가 마르그리트에게 동정했던 것은 틀림없지만, 대다수는 추운 아침 공기 속에서 황당무계한 소문이나 악의적인 가십으로 불을 지피며 곧 시작될 결투와 그 뒤에 있을지도 모르는 화형식이라는 엄청난 볼거리에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었다. _236쪽

결투 재판이 구경꾼들의 환호나 야유가 난무하는 시끌벅적한 오락이 아니었다는 점은 명명백백하다. _242쪽

복잡한 규칙과 의식들은 공정한 결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무엇도 운에 맡기지 않았다. “물론, 결투의 결과는 제외하고” 말이다. 결투자들이 지참한 무기의 길이가 같을 필요가 있었던 것처럼, 두 사내들 자신도 대등한 입장에 설 필요가 있었다. 장 드 카루주는 기사였지만 자크 르그리는 종기사에 불과했다. 그런고로, 르그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시합장으로 갔고, 기사 서임을 받기 위해 의전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_243쪽

“오 지금 내가 손을 마주 잡고 있는 그대, 자크 르그리여, 나는 성스러운 복음과 신이 내게 내려 주신 신앙과 세례에 걸고, 그대를 향한 나의 언동이 진실이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 했던 언동 역시 진실이며, 사악한 그대의 대의와는 달리, 그대를 소환한 나의 대의가 선량하고 정당함을 이 자리에서 맹세하노라.”

적수와 여전히 왼손을 마주 잡은 채로 자크 르그리는 대답 했다. “오 지금 내가 손을 마주 잡고 있는 그대, 장 드 카루주여, 나는 성스러운 복음과 신이 내게 내려 주신 신앙과 세례에 걸고, 나를 소환한 그대의 대의는 사악하며, 내게는 나 자신을 지킬 선하고 성실한 이유가 있음을 이 자리에서 맹세하노라.” _249쪽

일단 결투가 시작되면 기사도 정신은 소멸하기 마련이었다. _260쪽

경악한 기색이 역력한 르그리를 향해 돌진하면서, 카루주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목청이 찢어져라 절규했다. “오늘, 여기서, 우리 다툼을 완전히 끝내자고!” _271쪽

“자백해! 네 죄를 자백하라고!”
르그리는 한층 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면갑의 죔쇠를 풀려는 카루주의 시도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와중에도 자기 죄를 인정하기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처럼. _273쪽

장 드 카루주와 자크 르그리 사이에서 벌어진 목숨을 건 결투에 관해 언급하자면, 이것은 파리 고등법원이 허가한 최후의 결투 재판이 되었다.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결투의 결말은 결투 재판이라는 제도의 종말을 한층 더 앞당겼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이다. 왜냐하면 당시 사람들의 일부와, 후세의 많은 사람들은 결투 재판을 중세에서 가장 야만적인 사법 관행의 하나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카루주-르그리 결투가 있은 뒤에도 파리 고등법원으로 결투 재판을 허가해달라는 상고가 몇 번 올라왔지만, 법원이 결투를 허가한다는 정식 결정을 내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_304쪽

우리 세계가 그런 장관을 다시 목격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_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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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위어>

작품 소개 어릴 적 도사 권기해의 저주를 받은 예주와 도경.예주는 그 저주를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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